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는 9일 자신들의 정권수립기념일(9·9절)을 앞두고 군사시설을 둘러보며 국방력 강화를 주문했다. 체제의 보루인 군을 중심으로 내부 결속을 도모하는 동시에 4년 차 중반을 향해가는 국방력 강화 5개년 계획의 조기 달성을 추동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노동신문은 8일 김정은이 오진우포병종합군관학교와 해군기지 부지, 선박건조시설, 군수를 담당하는 제2경제위원회 산하 국방공업기업소를 각각 시찰했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지난 7월 말 북부 국경지역에서 수해가 발생하자 직접 수재현장을 둘러보는 등 지난달 중순까지 아홉 차례나 수해 관련 일정을 소화했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무인기 성능 시험과 27일 신형 240mm 방사포 무기체계 검수사격 참관을 시작으로 군 관련 공개활동 잇따라 진행하고 있다.
김정은은 오진우포병군관학교에서 “주·객관적 형세가 아무리 어려워도 전군의 철저한 임전 태세를 갖추기 위한 훈련 혁명과 전군 간부화, 전군 현대화를 위한 군사교육 혁명은 그 어느 하나도 놓침이 없이 동시에 강력히 밀고 나가야 할 강군 건설의 2대 전선”이라며 “막강한 첨단 무장 장비들이 자기의 실전 성능을 최대한 발휘하는가 못하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포병 지휘관들의 수준과 역할에 기인된다”고 강조했다. 오진우포병군관학교는 과거 김철주(김일성 주석의 동생)포병종합군관학교에서 2013년 이후 이름을 변경했다. 김정은이 집권 이후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추정된다.
또 신문은 해군기지 부지와 선박건조시설, 제2경제위원회산하 국방공업기업소를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방문 일자와 해당 시설의 명칭·위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김정은은 해군기지 부지 시찰에서 북한이 ‘2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영토 동, 서에 바다를 끼고 있는 해양국인 우리 국가는 국가건설에서나 국가방위력 건설에서 조선업과 해군 무력 발전을 언제나 중시해왔다”고 강조하면서다.
선박건조시설을 둘러본 자리에서는 “해상주권을 굳건히 보위하고 전쟁 준비를 다그치는 데서 해군 무력 강화가 제일 중차대한 문제”라며 선박 건조 공정의 현대화 수준을 높이고 생산 능력을 확대하라고 주문했다. 전문가 사이에선 지난달 28일 해군절 75주년임에도 관련 공개 행보를 보이지 않았던 김정은이 해군의 성과를 독려하고 장병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려 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어 김정은은 국방공업기업소에서도 새로 개발·생산 중인 무장 장비들을 점검하고 생산실태를 파악했다.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방력 강화 5개년 계획의 달성을 추동하는 동시에 유럽·중동에서 한꺼번에 전쟁이 벌어지면서 특수를 맞은 무기 수출을 토대로 전반적인 성과를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김정은이 이번 ‘수해 복구’ 과정에서 재차 존재감을 과시한 군을 향해 “믿을 건 군대뿐”이라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김정은은 코로나19, 수해와 같이 주요 고비마다 군(軍)을 동원해 급한 불을 끄고 있다”며 “9·9절을 앞두고 군 관련 공개활동을 통해 군의 사기를 진작하고 충성심을 다잡아 체재 불안을 극복하려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이 9·9절 76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동남아시아 국가에 대표단을 파견했다고 7일 일본 NHK방송이 보도했다. 대표단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을 방문해 정부 고위 관리들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와 관련 “북한이 건국 기념일을 맞아 다른 나라들과의 우호적인 외교 관계를 과시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NHK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