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상병 특검법) 처리를 놓고 내홍 조짐을 보이고 있다. 4·10 총선 참패로 민심의 준엄한 경고를 받은 만큼 국민눈높이에 맞춰 처리에 협조하자는 의견과 보다 신중하게 임해야 한다는 부정적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총선에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은 5월임시국회를 소집해 내달 2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공언, 향후 여권내 입장 정리여부가 주목된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날에 이어 연이어 채상병 특검법 처리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오는 5월 임시국회를 열어 내달 2일 본회의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대여 압박수위를 끌어올렸다. 민주당 소속 의원 116명은 성명을 내고 “이제 21대 국회가 50일가량 남았다”며 “이 기간 동안 채상병 특검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은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 통과 협조에 나서라”고 압박했다. 앞서 민주당 주도로 발의된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지난 3일 자동 부의됐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특검법 처리 협조여부를 두고 입장이 엇갈렸다.
먼저 수락해야 한다는 이들은 이번 총선 참패로 민심이 확인된 만큼, 당이 앞장서 민심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채상병 특검과 관련해 이종섭 전 호주대사의 도피성 출국 등 다양한 의혹이 제기된 만큼 여당이 주도적으로 의혹 해소에 앞장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채상병 특검법 표결시 찬성 의사를 밝힌 4선 중진의 안철수 의원에 이어 6선의 조경태 의원은 “채상병 사건이 이번 총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며 “우리 당이 민주당보다 먼저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는 모습, 당과 정부가 국민에 겸손하고 여론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게 필요하다”며 찬성 의사를 밝혔다. 김재섭 도봉갑 당선인도 “긍정적인 입장”이라면서도 22대 국회로 넘겨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친윤계를 비롯한 여권내 주류들은 민주당의 특검 추진을 “정략적 목적”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미 고위공직자수사처가 채상병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특검법을 동의해 추가 혼란을 불러일으킬 이유가 없다는 것이 골자다.
5선의 권성동 의원은 “이미 재판을 받고 있는 사안에 대해 그 재판 결과와 특검의 수사결과가 다를 땐 또 다른 혼란이 발생한다”며 재판과 수사 결과를 지켜본 후에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내 한 중진 의원도 “애초에 목적 자체가 윤석열 정부를 흔들기 위한 것”이라며 “공수처 수사가 진행 중인데, 왜 특검법을 통과시키냐. 동의해줄 이유가 하등 없다”고 밝혔다.
수도권의 한 의원 역시 “애초에 추가 팩트가 안나왔는데 왜 특검을 해야하는지 모르겠다”며 특검법 처리에 반대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21대 국회가 만료되는 다음달 말까지 이태원참사 특별법 재표결과 함께 조국혁신당이 ‘1호 법안’으로 추진 중인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법 재추진에 대해서도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어, 국민의힘은 22대 개원 전후로 특검법 정국 대처 등을 놓고 자중지란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