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베이션과의 합병을 앞둔 SK E&S가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맺은 3조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의 보장수익률을 종전보다 최대 2.4%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기존 RCPS 계약을 새롭게 출범할 합병 법인에 원활하게 승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SK E&S는 31일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으로 RCPS의 내용과 인수계약 조건을 변경하는 안을 의결했다.
RCPS는 채권처럼 투자금 상환을 요청할 수 있는 상환권과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 회사 청산이나 배당 시 보통주보다 유리한 우선권을 가진 주식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의 합병 추진으로 RCPS의 조기 상환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날 이사회 의결에 따라 SK E&S가 지난 2021년과 2023년 발행한 RCPS의 보장수익률은 9.9%로 변경됐다.
앞서 SK E&S는 2021년 2조4천억원 규모의 1차 RCPS 발행 당시 5년 후 현금 상환 시 보장수익률을 7.5%로 정했다. 2023년 발행한 7천350억원 규모의 2차 RCPS에서는 당시 금리를 반영해 5년 후 현금 상환 시 보장수익률을 9.5%로 상향한 바 있다.
이번 계약 변경을 통해 1, 2차 RCPS의 보장수익률은 각각 2.4%포인트, 0.4%포인트 상향 조정된 셈이다.
기존 계약을 변경한 점에 비춰 SK E&S와 KKR이 현물이든 현금이든 당장 상환하지 않고 변경된 계약으로 RCPS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을 앞두고 SK E&S가 발행했던 RCPS에 관심이 집중돼 왔다.
이에 대해 서건기 SK E&S 재무부문장은 지난 18일 기자 간담회에서 “기존 발행 취지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투자자인 KKR과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협의 중”이라며 “합병 법인에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를 토대로 합병 법인에서도 RCPS 계약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됐다. 이번 RCPS 보장수익률 상향 역시 KKR 측이 이번 합병에 협조하는 대가로 제안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새로 체결할 RCPS의 계약 주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SK E&S는 합병 법인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물적분할을 통해 도시가스 자회사들을 관리하는 신규 법인을 만들어 RCPS를 승계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SK E&S는 도시가스 자회사를 RCPS의 기초자산으로 설정한 상태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KKR도 양사 합병을 통한 시너지 창출에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실제로 SK E&S와 우호적인 관계에서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고 양사의 합병안을 의결했다. 그룹 리밸런싱(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합병이 성사되면 매출 규모 88조, 자산 규모 100조원의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양사의 합병 승인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는 다음 달 27일 열리며, 합병 기일은 11월 1일이다.